천안함/천안함

천안함 3년 넘게 해외조사단 정체도 오리무중

호랑이277 2014. 1. 15. 00:00

[천안함 공판] 법정서 처음 미국 조사단 명단 일부만 공개 “함정구조분과, 보고서 제출도 안했다”

 

천안함 침몰사고가 4년 가까이 돼 가고 있는데도 국제적인 공신력을 확보한다며 참여했던 해외 다국적 조사단의 실체가 일부만 제외하고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 36부(재판장 최규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의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 공판에 출석한 박정수 당시 합참 전력차장 겸 민군합조단 함정구조/관리 분과장(현 해군 준장)은 자신이 맡았던 함정구조관리분과에 편성된 미국 조사위원 5명의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박 준장은 해당 분과의 미국 조사위원 5명에 대해 토머스 에클스 해군소장이 데려온 사람들로, 엘런 맥코이(중령-사고조사), 조셉 데이(대위-시스템 엔지니어 전문가) 하이스(대위-폭파관련)과 하이퍼(구조잠수 전문가), 엘슨(무기역학) 등이라고 증언했다. 이 가운데 하이퍼와 엘슨이 군인인지에 대해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며, 이들 팀원이 각각 (미국에서) 어느 쪽 소속인지는 잘 모른다고 박 준장은 전했다.

 

어떻게 그것도 파악하지 않았느냐는 변호인의 추궁에 박 준장은 “에클스 제독이 데리고 왔고, 전문가라고 해서 파악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한 함정구조 관리분과에 소속된 이들 미국팀이 제출한 보고서도 없다고 박 준장은 전했다. 미국팀이 한 차례 합조단 내에서 천안함 침몰원인을 분석해 발표한 적은 있으나 문서형태로 당시 분과장이던 박 준장에게 보고한 적도 없다고 그는 증언했다.

 

영국의 조사팀장인 데이비드 맨리에 대해서도 박 준장은 함정구조관리(선체)분과에 영국인이 1명으로, 선체 관련 휘핑(whipping:충격에 구부러지는 현상) 관련 설명을 했으며, 민간인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맨리 팀장이 2010년 4월 30일 합조단 내부 합동토의에 참석해 폭발 원인 보다는 측정장비를 강조하자 박정수 준장이 그날 점심 식사자리에서 신 대표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장비 팔아먹기 위해 안달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도 나왔다. 박 준장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영국 조사위원을 영국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파견했는지는 모르며, 자기들 나라에서 돈 대서 온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질문을 한 근거는 신 대표가 당일 합조단 회의에 참석해 발표가 끝나고 박 준장과 점심 식사하는 자리에서 박 준장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라고 신 대표와 변호인단이 설명했다.

 

영국 조사팀의 보고서 제출여부에 대해서도 박 준장은 “보고서를 나한테 제출하지 않았다”며 “총괄팀에서 회수해 받았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톰 에클스(오른쪽에서 세번째) 천안함 미국 조사단장. 미 해군 소장. ⓒ연합뉴스

 

호주 조사위원 2명의 경력과 조사활동에 대해 박 준장은 “폭파 전문가라는 얘기를 들었으며, 호주에서 폭파 실험한 자료를 가져와 보여줬다”며 보고서 제출과 관련해 “조사보고서를 따로 제출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스웨덴 조사팀 역시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박 준장은 증언했다. 특히 정부에서 스웨덴의 분석이라면서 ‘관성에 의해 함미 프로펠러가 휘었다’는 주장의 근거인 스웨덴 가메와사 자료를 왜 받아오지 않았느냐는 변호인의 신문에 박 준장은 “스웨덴 조사팀에서 구두로만 (관성에 의해 휘어진 것을) 얘기해 듣기만 했다”며 “가메와사에서 시뮬레이션 등 돈(5000달러)을 주면 제출할 수 있다고 했다. 용역비를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돈과 연결되는 문제여서 자료 요구를 안 했다”고 답했다. 박 준장은 “우리도 저 현상 처음 보는데 폭파에 의한 증거가 명백한 반면, 프로펠러가 휘어진 것은 부차적인 것이라 생각했다”며 “(나중에) 고 시뮬레이션은 노인식 박사가 했다”고 말했다.

 

외국팀 보고서도 안 받고 최종 조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부실한 것 아니냐는 변호인의 추궁에 대해 박 준장은 “외국조사팀이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는 없으며, 공조체제이자 전문가 의견으로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코멘트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역할을 한 것”이라며 “모든 조사에 참여해 공정한 평가를 받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해외 조사단을 부르게 된 경위에 대해 박 준장은 “북한 소행이지만 외국 공조를 받고 정확한 검증을 하려면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국방부 차원에서 논의한 걸로 안다”며 “함수와 함미를 인양(4월 15일과 23일)하고 내부적으로 어뢰 폭발로 추정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천안함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조사단은 모두 24명(미국 15명, 스웨덴 4명, 호주 3명, 영국 2명)이다. 이 가운데 과학수사분과에 외국조사단이 11명, 함정구조/관리분과에 10명, 폭발유형분석분과에 2명이 활동했다.

 

천안함 함미

 

실제로 미국 조사단을 제외하고, 외국 조사단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이 나타난 것이 없다. 미국조사팀이 천안함의 어뢰 폭발 분석을 먼저 제시해 우리 조사팀은 이를 근거로 시뮬레이션을 하도록 했다는 대목은 천안함 보고서에 나온다. 보고서에는 “미국팀은 전문기법을 활용해 폭발량과 폭발위치를 판단해, 한국팀이 미국팀과 영국팀의 판단을 근거로 시뮬레이션 분석을 수행했다”, “미국팀 분석결과 천안함과 유사한 손상을 발생하는 폭발의 폭약량은 TNT폭약량 200~300kg, 폭발 위치는 가스터빈실 중앙 하단에서 좌현 3m, 수심 6~9m로 판단됐다” 등이 기록돼 있다. 이밖에도 2010년 5월 14일 특수그물을 이용해 백령도 사고해역에서 증거물 채증 현장을 참관한 것, 어뢰추진체 발견 이틀 뒤에 이를 놓고 토의한 것 등이 활동 내역으로 보고서에서는 설명했다.

 

신상철 대표의 변호인인 이강훈 변호사는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영국 등 모든 조사단이 구두로 설명했으며 낸 보고서도 없다는 것은 뭔가 조사결과에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수년이 지났는데도 참석한 외국인 명단조차 공개도 안하느냐”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전문가들로부터 검증받아 책임있게 조사를 진행할 목적이라면 그 해외 전문가들이 얼마나 자격이 있는지 공개하고 검증받아야 하는데, 왜 그런 자격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지 못하는지 의문”이라며 “그나마 미국 조사단 일부의 명단도 법정 증거조사 과정에서야 겨우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호·강성원 기자

입력 : 2014-01-14  13:54:55   노출 : 2014.01.14  15: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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