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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어선이 함미 발견 “魚群탐지기에 붉은 점… 암초와 달랐다”

호랑이277 2011. 12. 7. 16:16

[해덕호 선장 장세광 씨]
사고해역 수십차례 선회… 3시간후 처음보는 물체 확인
“어부의 직감으로 바로 통보”

 

 

침몰한 천안함의 생존자를 해군 함정이 아닌 해경이 구조한 데 이어 함미(艦尾)를 찾은 것도 백령도의 어선이었다. 6t급 어선 해덕호 선장 장세광 씨(34·인천 옹진군 백령면)는 29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28일 오후 4시 20분경 어선을 끌고 백령도 인근의 사고해역을 수색하던 중 어군탐지기로 수상한 물체를 발견해 같이 수색 작업을 하던 해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인천 옹진군 백령면 장촌리에서 조업 준비를 하던 장 선장은 28일 오전 7시경 백령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 6여단 사령부로부터 “천안함 함미 수색 작업을 해야 하는데 어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급한 전화를 받았다. 장촌리 최치호 어촌계장(63·5t급 어선 연성호 선장)에게도 같은 요청이 있었다. 이들은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곧바로 장촌 포구로 뛰어나갔다. 그러나 간조 때라 물이 빠져 있어 배가 나갈 수 없었다. 일단 물이 찰 때를 기다렸다. 인근 중화동 포구에서도 해병대의 요청을 받고 출항한 어선 태성호가 이미 수색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후 1시가 되자 바닷물이 포구까지 들이찼고, 이들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해군고속정(참수리정)들이 이들을 안내했다. 해군은 수색지역을 분담해 좌표로 알려준 뒤 고속정 1척과 어선 1척을 짝지어 수색작업을 벌이도록 했다. 해덕호는 359호 참수리정과 함께 연성호와의 거리를 약 1.5km로 유지한 채 어군(魚群)탐지기를 가동했다.

어군탐지기는 어선이 조업할 때 어군이나 암초를 탐색하는 장비. 해저를 향해 45도 각도로 쏜 초음파가 물체에 부딪친 뒤 되돌아오는 정보를 수집해 해저의 물체를 파악한다. 탐색물은 조타실에 있는 화면에 빨간 점으로 표시된다. 이들은 어군탐지기를 가동하면서 사고 해역 인근을 수십 차례 선회했다. 3시간 동안 어군탐지기를 가동했지만 특별한 물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후 4시경 최 계장은 연성호를 철수시키기로 결정하고 뱃머리를 포구로 돌렸다. 그러나 해군은 “조금만 더 수색해 달라”고 다시 요청했다.

 

 

어군탐지기에 잡힌 ‘함미’ 2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백령도 어선 해덕호의 28일 어군탐지기 모습. 평평한 부분의 맨 위가 해저면이고 오른쪽 끝 솟아오른 부분(점선 안)이 천안함 함미다. 원 안의 숫자 ‘40’은 함미가 있는 곳의 수심 40m를 의미한다.

 

 

그때였다. 사고지점 인근을 계속 수색하던 장 선장은 어군탐지기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평평한 해저면 바로 위로 빨간 점이 모여 볼록 튀어나온 모습이 나타난 것. 조업을 할 때마다 이 해역을 누볐지만 평소 어군탐지기로 잡히던 암초와도 모양이 달랐다.

장 선장은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각도를 맞춰 그 지점을 수차례 왕복했다. 어군탐지기는 같은 물체를 계속 보여줬다. 암초가 아니라는 확신이 선 장 선장은 오후 4시 20분경 함께 있던 참수리정에 무전으로 이 사실을 알렸다. 최 계장도 다시 수색 작업에 동참했다. 통보를 받은 군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현장에 도착한 해군 기뢰제거함 옹진함은 음파탐지기로 이 물체가 바로 천안함 함미임을 확인했다.

 

 

해덕호 선장 장세광 씨가 29일 백령도 장촌 포구의 해덕호 앞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백령도=전영한 기자


 

“순간 암초는 아닐 거란 직감이 왔어요. 오랫동안 배를 타면서 직감이란 게 생겼나 봐요.” 29일 장촌 포구에서 만난 장 선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23세 때부터 어선을 타고 바다를 누빈 베테랑 선장. 평소 백령도에 큰일이 있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갔다. 이번 일도 당연한 일을 했다는 반응이었다. 이날 밤에도 출항을 준비한다는 장 선장은 “백령도 어민인데도 실종자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 그동안 안타까웠다”며 “어선을 타고 나갈 때마다 실종 사병들을 계속 찾아보겠다. 부디 실종 사병들이 살아 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백령도=유성열 기자, 박승헌 기자

 

[출처 : http://news.donga.com/3/all/20100330/272166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