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슈퍼링스

'잠수함 사냥꾼' 링스헬기

호랑이277 2011. 10. 21. 14:56

잠수함 잡는 스라소니 링스(Lynx) 헬기

 

“Lower Body!”
“Lower Body!”

 

긴박감이 감도는 해군 링스헬기 조종석. 쉴 새 없이 교신이 오가는 가운데 조종사가 디핑소나(Dipping Sonar) 투하를 알린다. 그와 동시에 수면 위 약 200ft(61m) 상공에서 제자리비행 중이던 링스헬기 배면에서 80kg 무게의 디핑소나가 해면을 향해 투하된다.

 

 

디핑소나를 투하 중인 해군 제62전대 소속 링스 헬기

 

 

가상 대잠전 상황을 두고 임무비행에 따라 나선 기자. 실제 링스 대잠임무 과정을 숨죽이고 지켜본다. 승무원은 총 3명. 2명의 조종사와 1명의 음탐사가 마치 잘 짜진 시나리오처럼 한 치의 틈도 없이 매끄럽게 상황을 이끌어 간다.

 

 

대잠전 임무시에는 조종사 2명, 음탐사로 구성된 3명의 승무원이 호흡을 맞춰 임무를 수행한다.

 

 

링스 작전의 백미는 뭐니 해도 대잠전. 그 중에서도 핵심이 바로 디핑소나를 사용한 직접 수색 및 공격이다. 디핑소나는 말 그대로 소나를 줄에 매달아 바다 속에 담글 수 있도록 한 것. 소위 ‘잠수함 사냥꾼’ 링스의 감각기관인 셈이다. 현재까지 디핑소나는 잠수함 탐지에 탁월한 장비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적 잠수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위치에 심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소나를 투하할 수 있기 때문. 특히 음파탐지 환경이 좋지 않은 수중환경에서는 그 위력이 빛을 발한다.

 

 

디핑소나를 이용해 잠수함을 탐지 중인 링스. 링스는 디핑소나를 300m 수심까지 내릴 수 있다.

 

 

링스가 디핑소나를 내릴 수 있는 수심은 약 300m. 북한 잠수함을 비롯해 웬만한 잠수함은 탐지할 수 있는 수심이다. 당연히 잠수함 승무원들이 디핑소나를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디핑소나가 투하되면 음탐사의 세밀하고 전문적인 분석이 시작된다. 음탐사는 수중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리 가운데서 적 잠수함의 소리만을 족집게처럼 골라내야 한다. 물론 이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반인들이 듣기에는 다 같은 소리겠지만, 음탐사는 이를 구별해 내는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헬기 특유의 진동과 소음을 이겨내야 한다. 당연히 이런 노하우를 갖추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은 물론 지속적이고 장기간의 훈련은 필수다.

 

음탐사는 수중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리 가운데서 적 잠수함의 소리만을 족집게처럼 골라내야 한다.

 

 

음탐사가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으로 링스 임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탐지된 적 잠수함을 무력화시키는 것도 링스 임무 중 하나. 이를 위해 링스에는 어뢰가 탑재된다.

 

 

링스에 어뢰를 장착 중인 무장요원들

 

 

일단 링스로부터 발사된 어뢰는 자체 탐지센서를 통해 적 잠수함을 탐지하고 공격한다. 탐지에서 공격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몇 분 이내. 무서운 속도로 잠수함을 추적하는 만큼 어뢰에 한번 포착되면 적 잠수함은 사실상 회피할 시간도 거의 없다. 함정에 대한 공격도 마찬가지. 링스가 갖춘 강력한 대함용 무장이 바로 시스쿠아 미사일이다. 해면 바로 위를 비행하기 때문에 레이더에 잘 띄지도 않는다.

 

잠수함 탐지에서 어뢰 발사까지 긴장감과 함께 일사천리로 진행된 대잠작전. 모든 게 생소했지만 기자의 눈에는 무엇보다 승무원들의 팀워크가 돋보인다. 이에 대해 이날 조종을 맡은 제62전대 소속 김정현 소령은 ‘링스 패밀리’를 강조한다. 즉 완벽한 임무수행을 위해 조종사, 조작사, 정비사 등 3개 직별의 담당자들이 마치 한 가족처럼 빈틈없는 팀워크를 맞춘다는 것. 한 마디로 팀워크가 곧 완벽한 임무수행의 핵심인 셈이다.

 

 

링스는 꾸준한 성능개량을 거듭하여 대잠전은 물론 대함전, 탐색 및 구조, 병력 수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해군항공대의 작전능력은 미 해군이 인정할 만큼 정평이 나있다. 한때 기자는 군복무 당시 항해 중인 미 해군 이지스함에서 약 1주일가량을 머문 적이 있었다. 하루는 전투정보실 당직사관이 “잠시 후면 우수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해군이 여기를 방문할 것”이라고 기자에게 슬쩍 말을 건넸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한국 해군의 대잠헬기가 헬기갑판에 착륙한다는 얘기였다. 이어 항공통제용 콘솔에서 유창한 영어와 함께 함정에 접근하려는 조종사의 음성이 들려왔다. 비좁은 통로를 달려 비행갑판에 나가보니 회색빛 헬기 한 대가 부드럽게 헬기 갑판에 내려앉고 있었다. 태극마크가 선명히 그려진 링스, 바로 해군 6전단 소속의 대잠헬기였다. 미 해군이 이처럼 우리 해군의 작전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링스 헬기가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링스헬기는…
링스는 SH-60, SH-2, 그리고 멀린(Merlin) 등 다른 대잠헬기에 비하면 몸체가 왜소할 뿐만 아니라 외형도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못하다(물론 외형이 중요한 건 아니다). 그러나 과거 링스에서부터 슈퍼링스, 그리고 향후 퓨처링스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성능개량을 거듭하면서 대잠전은 물론 대함전, 탐색 및 구조, 병력 수송 등 다양한 임무를 아우르는 멀티 플레이어(?)로 탈바꿈 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매서운 성능을 지닌 덕에 링스는 호위함과 같은 규모가 크지 않은 함정으로부터 꾸준한 러브콜(?)을 받아왔고, 그 결과 1971년 3월 첫 날갯짓을 한 이래 한국 해군을 비롯한 프랑스,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브라질 해군 등 12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널리 운용되는 인기 기종이 됐다.

 

2009/12/31 10:39

 

글/ 김재한
사진/ 계동혁

 

[출처 : http://blue-paper.tistory.com/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