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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의혹방송 ‘중징계’ 불복재판, 3년째 연기 왜”

호랑이277 2014. 3. 16. 10:09

[인터뷰] 행정소송 중인 강윤기 전 KBS ‘추적 60분-천안함’편 PD

 

“객관적 의혹 방송에 정부제재, 정치심의 첫 사례” 
 

 

오는 26일이면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장병 46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지 4주기를 맞는다. 그러나 북한 어뢰에 의한 피격이라는 정부 발표에 대한 의심과 불신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천안함 의혹을 제기했다가 군 장성과 영관들로부터 고소를 당한 뒤 검찰에 기소된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는 4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신 대표 뿐 아니라 천안함 의혹을 제기했다가 불이익을 받고 ‘장기간’ 법정 싸움을 벌이는 이들은 또 있다.

 

KBS <추적 60분> 제작진(강윤기 PD, 심인보 기자)으로, 이들은 지난 2010년 11월 천안함 의혹을 방송했다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중징계(‘경고’)를 받아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역시 결론을 내지 않고 3년째 끌어오고 있다. 당시 제작진 중 한 명이었던 강윤기 KBS PD(현 <세계는 지금> 제작)는 “처음엔 천안함의 진실을 찾고자 접근했으나 이제는 객관적 의혹을 제기하는 방송조차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언론자유 위축을 가장 큰 문제로 느낀다”고 밝혔다.

 

▲ 지난 2010년 11월 17일 방송된 KBS 추적 60분 ‘천안함의 의문 논란은 끝났나’편 화면 갈무리

 

KBS 추적60분 ‘천안함’편 행정소송 선고기일 정했다가 다시 1년째 재판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병수 부장판사)는 지난 2011년 3월 KBS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제재조치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지난해 2월부터 맡아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추적60분> 제작진에 따르면, 이번 재판부만 세 번째이다. 이 재판부는 재판이 시작된 지 2년여 만인 지난해 4월 12일 재판을 끝으로 그해 5월 31일 판결 선고하기로 했으나 돌연 재판부가 끝낸 변론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재판은 아직까지 마무리 짓지 못한 채 3년째를 맞게 됐다.

 

강윤기 KBS PD는 지난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재판부가 변론을 종결짓고 선고기일을 잡아놓고도 지난해 8월부터 변론을 재개해 재판이 지금까지 연장되고 있다”며 “재판부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전문가와 헌법학자, 언론학자를 불러 견해를 구해보겠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 이후 재판부는 자문을 받고도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추적60분 천안함’ 재판은 오는 26일 오후 2시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흡착물질 폭발재 아니다’, ‘물기둥 없다’ 초병진술 등 쟁점

 

왜 이처럼 재판부가 결론을 못 내고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고 있는 것일까. 이 재판의 핵심은 지난 2010년 11월 17일 방송됐던 KBS <추적 60분> ‘천안함의 의문, 논란은 끝났나’ 편에서 제기한 여러 의혹을 허위로 볼 수 있느냐에 있다. 당시 <추적 60분>에서는 천안함의 선체와 이른바 ‘1번 어뢰’에서 검출된 백색물질의 성분이 ‘폭발로 인한 흡착물’(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이 아닌 바닷 속에서 유래한 침전물의 하나인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알루미늄과 황 성분비가 4대 1로 구성)이라는 연구결과가 방송됐다.

 

해당 연구는 정기영 안동대 지구환경학과 교수가 이정희 당시 천안함 특위 위원으로부터 건네받은 천안함 샘플을 정밀 분석한 결과였다. 이는 천안함 선체와 1번 어뢰에 붙은 물질이 폭발로 발생한 것이 아님을 입증하는 결정적 근거였다. 이를 두고 국방부와 방통위(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여러 의견이 존재할 수 있는데 한 학자의 실험만으로 팩트 인 것처럼 전달했다’며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안 교수는 법정에 출석해 KBS 방송에 대해 “객관적으로 맞고, 실험결과 잘 반영했으므로 왜곡된 것 아니다”라고 증언했다고 강 PD는 전했다.

 

두 번째 쟁점은 천안함 함미 스크루(프로펠러)가 휘어진 현상을 두고 ‘어뢰피격 직후 급정지되면서 관성으로 휘어진 것’이라고 ‘스웨덴 조사단이 분석했다’는 합조단보고서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방송이었다.

 

합조단에 참여했던 노인식 충남대 교수에 따르면, 초기에 스웨덴조사팀에 5000달러라도 주고 ‘스크루 변형’에 대한 조사 자료를 받아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무시한 뒤 버젓이 스웨덴 조사팀이 조사한 것처럼 보고서를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와 방통위 주장은 스웨덴 조사단의 일부가 조사에 참여했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는 사고 직후 초병이 목격한 것이 물기둥이었다는 국방부 주장도 거짓이라는 방송내용이다. 당시 백령도 초병근무를 섰던 박일석 상병, 김승창 일병(전역)은 실제 본인 진술서에도 ‘물기둥’은 보지 못했다고 밝혔을 뿐 아니라 자신들이 목격한 ‘백색섬광’은 사고지점(백령도 서방 2Km) 보다도 훨씬 북서쪽인 ‘두무진 돌출부’였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다른 남쪽 초소에서도 사고 순간 아무런 진동을 느끼지 못했다는 내용도 방송됐다. 이에 대한 방통위 입장은 부정확한 초병의 진술을 두고 마치 국방부 합조단이 엄청난 사실을 숨긴 것처럼 과장했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국방부가 재조사할 의지가 없다고 방송한 대목이다. 실제로 KBS 제작진이 방송에서 재조사를 수차례 제의했으나 이를 거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국방부는 ‘KBS 제작진이 뭔가 의도를 갖고 재조사할 것이기 때문에 거절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재판부, 판결 못하나 안하나”… “천안함 진실 보다 언론자유 위축이 더 문제”

 

강윤기 KBS PD는 “이 정도면 과연 허위사실을 보도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데도 재판부가 지금까지 판결을 미룬 것은 판결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강 PD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쟁점이 분명한 내용이며 복잡하지도 않으며 여러차례 공판도 열었는데, 왜 무려 3년이나 끌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 PD는 앞서 지난 2010년 5월에도 추적60분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방송을 했다. 당시 당시 실종자가족협의회장이 해군으로부터 작전상황도에 찍혀있는 ‘최초좌초’라 적힌 지점에서 좌초됐다는 설명을 들었다는 증언이 방송돼 반향을 낳기도 했다.

 

천안함 4주기를 맞는 것과 관련해 강 PD는 “처음에는 천안함의 진실이 무엇이냐를 보고 접근했으나 ‘천안함 편’ 방송 이후 방통심의위의 정치심의가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며 “KBS <추적60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 내용이 하나도 없었는데, 정부 보고서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만으로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는 현실이 얼마나 언론자유가 위축돼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입력 : 2014-03-12  16:03:50   노출 : 2014.03.15  19:08:11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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