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참여정부 대통령기록물 이관과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호랑이277 2013. 11. 4. 16:16

1. 들어가는 글

 

 

검찰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건을 조사하던 도중, 결과적으로는 대화록이 발견되었음에도 ‘삭제와 복구’ 등 자극적 표현을 사용하여, 무슨 대단한 의혹이 있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어서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각종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화록 내용을 은폐하기 위하여 대통령기록관에 넘기지 않도록 지시했다는 것은 명백한 허위주장이다. 검찰은 국정원에 남긴 대화록과 이번에 발견된 대화록이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똑같은 대화록을 다음 정부가 참고할 수 있도록 국정원에 남겨놓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은폐할 게 있단 말인가?

 

다만, 검찰 조사 결과 그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다고 하니, 경위를 파악하고 실체적 진실을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히면 될 일이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건과 관련, 참여정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을 비롯해 대통령기록물 이관과정 등을 다시 한 번 밝히고자 한다.

 

2. 'e지원' 시스템이란?

 

‘e知園’은 참여정부 청와대의 업무관리시스템의 이름이다. e지원의 주요 기능은 문서관리시스템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이지원 개발을 지시한 것도 문서관리를 위해서였다. 노 대통령은 보고서가 어떤 경로를 통해 만들어졌는지, 작성과정에서 어떤 자료를 참고했는지, 보고과정에서 어떻게 수정되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고, 보고된 문서는 개인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폐기되지 않고 기록물로 보존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을 주문했다. 개발과정에서 IT 전문가로 이루어진 개발팀과 직접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자리도 수없이 가졌다. 그 결과가 e지원 시스템이다.

 

문서관리시스템은 차차 일정관리, 지시관리, 회의관리, 과제관리, 성과평가 시스템 등 청와대 업무 전 영역으로 확대되었고, 나중에는 행정부의 시스템으로도 확산되었다.

 

문서관리시스템의 핵심은 문서관리카드다. 카드는 표제부, 경로부, 관리속성부로 나뉜다.

 

표제부에는 문서제목과 작성취지, 작성일, 작성자 등 기본적인 개요가 담겨 있다.

 

경로부는 문서 작성 이후 누구를 거쳐 최종 보고자에게 보고되었는지, 중간 경유자들의 문서내용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되어있다.

 

관리속성부는 홍보가 필요한 내용일 경우 홍보방식을 선택하는 홍보관리와 기록물의 유형을 분류하는 기록관리로 이루어져 있다. 기록물의 유형은 지정과 비밀, 일반 기록인지를 구분한 뒤 다시 세부사항을 설정할 수 있게 해 놓았다.

 

e지원에서 문서 작성을 시작한 후에는 문서관리카드와 보고서를 삭제할 수 없도록 했다. 따라서 보고서를 작성한 담당자는 물론, 보고경로에 있는 상급자도 보고서를 삭제할 수 없다.

 

3. 참여정부 대통령기록물, 어떻게 이관되었나?

 

참여정부 청와대는 역사상 최초로 전자문서를 포함한 825만여건의 방대한 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했다. 이전까지의 대통령기록물은 총 33만여건에 불과했다. 2008년 당시 대통령기록관에 최종 이관한 825만여건의 대통령기록물 가운데 지정기록은 34만건, 비밀기록은 9,700여건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였던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2007년 4월에 제정되고 시행은 그해 7월부터 이루어졌다. 국회에서 법 제정이 늦어지면서 그동안 생산된 모든 자료들을 분류하고 기록물을 이관하는 엄청난 작업을 2007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8개월 동안에 해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더구나 전자문서를 이관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에도 기록관리시스템(RMS)을 새로 개발해야 했고, 2007년에 문을 연 대통령기록관에서도 자체 기록관리시스템(PAMS)을 따로 개발해야 했다. 2007년 하반기부터 퇴임 때까지 참여정부 청와대는 전 직원이 기록물 이관작업에 매달려 눈 코 뜰 새 없는 날을 보냈다.

 

[참여정부 청와대 대통령기록물 이관 프로세스]

 

 

2007년 초 “대통령기록물이 빠짐없이 기록관으로 이관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관련 비서관들로 구성된 ‘기록물 이관 및 인수인계 TF’가 구성되었다.

 

이 TF에서는 이관을 위한 준비작업과 함께 본격적인 이관작업이 시작된 2007년 7월부터 기록물 재분류 심의를 담당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기록물 재분류는 각 비서관실에서 분류한 기록물의 속성, 즉 지정/비밀/일반 기록 등으로 분류한 결과가 적합한지 심사하는 작업이었다.

 

이 과정에서 e지원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생긴 테스트문서, 개인일정, 중복문서 등과 같이 기록물로서 이관할 필요가 없는 자료들은 이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관 대상 기록물은 청와대 기록물관리시스템(RMS)을 거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다.

 

봉하마을에서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이지원’ 사본

 

이관작업이 마무리될 즈음 노무현 대통령은 e지원 시스템도 함께 대통령기록관에 이관시키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명시된 전직 대통령의 열람권을 보장하기 위해, 봉하마을 사저에서 온라인으로 대통령기록관의 e지원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직 대통령의 열람권 보장은 지정기록물 제도와 함께 대통령기록물 제도의 중요한 두 축이다. 열람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모든 기록물을 빠짐없이 기록관에 남기는 것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에서 온라인 열람은 당장 시행이 어렵다는 사정을 전해왔고, 노 대통령은 그렇다면 온라인으로 열람이 가능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봉하마을 사저에 e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시스템 구축비용은 행정자치부가 난색을 표해 노 대통령이 사비로 감당했다.

 

퇴임 이후 노 대통령은 직접 전화 통화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러한 사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뒤늦게 이를 문제 삼았고 노 대통령은 2008년 7월, 대통령기록관에 e지원 사본을 반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재 사저에서 온라인으로 기록물을 열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4.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회담 직후 국정원에서 청와대의 요청을 받아 녹취록을 작성했다. 국정원에서 작성된 대화록은 청와대 안보정책실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책자와 함께 e지원으로 보고되었다. 별첨한 자료에 의하면 대화록이 e지원으로 보고된 것은 2007년 10월 9일이었다.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 e지원 매뉴얼(대통령용) 63쪽]
- 2007년 12월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제작해 이명박 정부에 전달한 e지원 설명서 -

 

 

 

대통령은 대화록을 열람한 뒤 안보정책실에 일부 부정확한 표현이나 오류가 있는 부분은 수정할 것을 지시했고, 남북정상회담 당시 기록을 위해 배석했던 조명균 당시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이 수정작업을 맡았다.

 

조 비서관은 국정원 녹취록에는 대화가 겹치거나 여러 사람이 이야기하는 경우 정리가 잘 안된 것이 있었고, 배석자 가운데 발언자가 누구인지 틀린 경우도 있어 이를 수정했다고 한다. 또한 ‘저’를 ‘나’로 고치고 ‘님’이라는 표현을 일부 수정하는 등 통상 처리해오던 관례대로 정정해 대화록 최종본을 만들었다고 한다.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뿐 아니라 다른 정상회담에서도 대부분 상대국 정상을 존중하는 의미로 ‘저’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검찰의 중간 발표를 통해 불거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안 삭제 논란은 시비의 대상이 될 사안이 아닌 것이다.

 

검찰 발표를 통해 e지원에 최종본이 있는 것이 밝혀진 이상, 대화록 초안은 중복문서에 해당되어 기록물 이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관 대상에서 제외된 자료는 e지원에서 문서제목이 들어있는 표제부를 삭제함으로써 기록물관리시스템(RMS)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했다. 표제부를 제외한 경로부와 관리속성부, 첨부된 문서파일 등은 청와대 e지원 시스템에 그대로 남았다.

 

따라서 봉하마을에서 반환해 2008년 7월부터 대통령기록관에서 관리해온 e지원 사본은 2008년 2월 중순 청와대 e지원을 복사했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안도 당연히 표제부를 제외한 문서파일 등이 모두 함께 복사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안이 ‘삭제’되었고 이지원 사본에서 이를 ‘복구’했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e지원 사본에서 표제부를 제외한 자료를 발견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e지원에는 존재했던 정상회담 대화록 최종본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부분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확실한 사실규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검찰은 중간 발표를 통해 불필요한 논란과 정쟁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사과정에서도 검찰이 미리 예단을 갖고 짜맞추기 조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음을 검찰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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