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시아나機 블랙박스 파손됐나?

호랑이277 2011. 10. 29. 15:09

 

 

 

지난달 28일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아시아니항공 화물기(B747)의 사고 원인을 밝히려면 블랙박스를 회수하는 것이 관건이다. 사고조사단은 선박 8척과 항공기 4대를 동원해 비행기 잔해와 블랙박스를 수색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다. 이에 따라 왜 블랙박스를 못 찾는 건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블랙박스는 비행 기록을 담고 있는 `FDR(플라이트 데이터 리코더)`와 조종실 음성 기록을 담고 있는 `CVR(콕핏 보이스 리코더)`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주요 정보를 담고 있어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수색 작업은 일단 음파 신호를 찾는 데서 시작한다. 블랙박스 배터리는 물에 빠진 이후부터 작동하고, 최소 30일간 수중에서 음파 신호를 낸다. 음파탐지기로 이 신호를 잡으면 블랙박스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이 블랙박스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제품이라 어지간한 충격에는 파손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두꺼운 단열블록에 실어놓은 메모리는 절연박스(Insulating Box)에 한 번, 티타늄이나 스테인리스스틸 재질로 만든 박스에 한 번 더 담긴다. 이처럼 층층이 보호된 블랙박스는 3400g(Gravitational accelerationㆍ중력가속도)에 달하는 충격을 견뎌낸다. 사람이 땅에 서 있을 때 받는 중력가속도가 1g인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내충격력이다. 또한 1100도 고온에서도 30분 정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수색 원리가 간단하고, 블랙박스 재질이 튼튼하기 때문에 찾을 확률은 높지만 의외의 변수가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다. 블랙박스에 붙어 있는 조난신호발사기(ULBㆍUnderwater Locater Beacon)에 이상이 생긴 경우다. ULB는 37.5㎑ 주파수로 맥박처럼 주기적인 펄스음파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를 찾아내는 탐지기가 ULB 디텍터다. 깊이로는 최대 약 3600m까지 감지할 수 있으며 넓이로는 반경 2~3.6㎞까지 음파를 찾을 수 있다. 변수는 ULB 손상 여부다. ULB는 블랙박스 본체 외부에 붙어 있어 화재가 났다면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

문길주 국토해양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국장은 "ULB가 떨어져 나갈 만큼 약하지는 않지만 장착된 배터리가 녹거나 고장이 나면 전기가 없어 신호를 내지 못하므로 (블랙박스를) 찾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시 충격으로 디텍터가 아예 떨어져 나갔거나 블랙박스가 파손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블랙박스가 동체에서 멀리 떨어져 나갔다면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수색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또 다른 이유는 디텍터로 신호를 잡으려면 선박 엔진 소음을 없애야 한다는 점이다. 사고 해역에는 큰 배를 타고 나가더라도 적정 위치에서는 작은 보트(단정)를 이용해야 하고 엔진까지 꺼야만 탐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면서 찾을 수 없다.

더구나 음파 신호는 파도나 조류의 영향을 받는다. 물살이 세면 음파 신호가 흩어지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열흘간 진행되던 수색 작업은 7일부터 태풍 `무이파` 북상으로 중단됐다.

해군과 해경에서는 음파탐지기인 사이드스캔소나(Side Scan Sonar)도 수색에 활용하고 있다.

소나는 초음파에 반사되는 파동을 분석해 물체를 찾는다. 하지만 소나를 활용하려면 찾으려는 물체 부피가 크거나 물체가 주변에서 돌출돼 있어야 한다. 예컨대 블랙박스가 진흙 속에 묻혀 있다면 소나로 찾기 어렵다. 블랙박스 크기는 길이 50㎝, 높이 20㎝ 정도로 작다.

조태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천안함 침몰 당시 수색 작업과 비견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지만 물살이 덜 센 지역이라 좀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심시보 기자 / 이유진 기자]

 

 

[출처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514009기사입력 2011.08.08 17:14:29 | 최종수정 2011.08.08 19: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