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화록 작성시점 혼선원인도 ‘국정원 대변인 오락가락 해명’

호랑이277 2013. 7. 13. 15:25

국정원 이틀만에 번복, “07년본과 08년본 전혀 다른 것”→“2008년은 완성본”

 

국정원이 임의 공개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작성 시점을 두고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 간에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당시 청와대 인사들과 김만복 전 원장은 2007년 10월에 작성해 1부씩 보관하도록 지시했다고 했으나 정작 이번에 공개한 대화록의 표지에는 ‘2008년 1월 생산’으로 표기돼 있다. 어떤 경위로 작성됐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자신의 지시없이 2008년 1월에 따로 작성한 것은 항명죄’라는 김만복 전 원장의 비판부터 ‘김 전 원장의 결재로 작성된 것’이라는 국정원의 반론까지 나오고 있다.

 

▷국정원 대변인 “2007년본과 2008년본 전혀 다른 것”→“2008년것은 완성본”= 이번 작성시점 논쟁은 국정원 대변인의 언급에서 출발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3일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의 작성일자가 ‘2008년 1월’로 나와있는 경위 설명을 요구하자 국정원 대변인은 “2007년 10월에 (작성)했고, 청와대 보고도 됐다”며 “2008년 1월 작성한 것은 청와대에 보고하지도 않았으며 유일하게 우리만 갖고 있는 원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변인은 “2007년 10월 작성한 것은 대통령기록물이 맞네 안맞네 할 시비의 소지도 있으나 2008년 1월 것은 청와대와 관계없이 우리가 작성해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두 작성본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국정원의 입장을 확인한 뒤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김만복 전 원장에게 이 말이 사실인지 검증을 요구했더니 김 전 원장은 “따로 작성한 사실도 몰랐으며, 그런 지시를 한 적도 없다”며 국정원 대변인의 설명을 전면 부정했다. 김 전 원장은 “2007년 10월에 (대통령 지시에 따라) 청와대와 국정원이 1부씩 보관할 수 있도록 2부만 작성하고 모두 폐기하라고 지시했는데 이후 2008년 1월 이를 작성했다는 것은 항명죄와 보안누설(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며 “의법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말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이날 밤 국정원 대변인에게 연락하자 이 대변인은 “2007년 10월 것은 다 폐기처분하고 없다, 2008년 1월 것만 남아있다”며 “2007년 10월 즈음 (폐기지시를 받고) 다 폐기했다. 실무부서에서 그렇게 내게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08년 1월’ 대화록의 경우 김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만든 것으로 안다고 이 대변인은 강조했다.

 

이 같은 취재결과는 모두 지난 3일 밤 미디어오늘 기사로 나갔다.

 

국정원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표지 ©CBS노컷뉴스

 

이 내용이 점차 확산되자 국정원 대변인은 자신이 미디어오늘에 밝혔던 내용이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 대변인은 5일 보도참고자료를 낸 데 이어 이날 밤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가 잘못 알고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7년 10월 1부를 남긴 뒤 폐기하라는 지시에 따라 (작성 뒤 2007년 10월에) 보고한 것은 중간단계의 중간본이며, ‘2008년 1월’ 대화록은 여러번 들어보고 고친 완성본”이라고 말했다. “전혀 다른 것”이라던 말에서 “완성본”이라는 말로 바뀐 것이다.

 

▷김만복, “2008년 1월 대화록 완성” 보고받았나= 국정원 대변인의 발언 번복과 함께 김만복 전 원장의 발언도 정확한 기억에 의한 것이었는지도 쟁점이 되고 있다. 국정원 대변인은 5일 통화에서 “김 전 원장이 2008년 1월 완성된 대화록에 대한 보고를 받으면서 결재할 때 했던 친필서명이 있다”며 “김 전 원장이 2007년 10월 작성된 중간본을 착각하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당시 실무책임자였던 현직 국정원 고위간부가 김 전 원장에 전화해 “원장이 당시 결재한 친필서명도 있는데 왜 그런 말씀을 언론에 하셨느냐”고 해 김 전 원장이 “그렇다면 내가 착각한 것”이라고 답했다고 국정원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친필서명 공문을 공개할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번복과정을 두고 당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으로 대화록 관련 녹음 및 작성 기록업무에 관여한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지난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 전 원장의 말이 틀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오히려 ‘2007년 10월 작성 대화록과 2008년 10월 대화록이 전혀 다르다’는 국정원 대변인의 첫 설명이 거짓이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김만복 전 원장의 말은 2008년 1월에 작성하라고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었으며, 국정원 대변인이 번복한 해명을 들어봐도 ‘2007년 10월 청와대에 중간본을 보고한 뒤 2008년 1월에 완성된 최종본에 대해 김 전 원장이 결재받았다’는 것으로 결국 국정원 대변인이 말을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수 본부장은 “그러니 김 전 원장이 ‘2007년 10월 작성 지시를 한 뒤 보고받은 시점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을 수 있겠다’고 해명한 것이지, 김 전 원장이 말을 바꿨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전경 ©CBS노컷뉴스

 

김경수 본부장은 “처음부터 국정원이 정확한 팩트로 해명했어야지, 어떻게 생산 관리돼왔는지도 모르고 이런 식으로 대화록을 뿌려놓았으니 그 전부터 유출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전 원장이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이 같은 ‘작성시점 논쟁’에서의 의문점들이 해소될 수 있다. 김만복 전 원장은 지난 5일 저녁 이후 9일 오후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디지털녹음기는 우리 것” 주장도 “확인않고 한 얘기”= 이밖에도 국정원 대변인은 지난 5일 김만복 전 원장 발언이 잘못됐음을 설명하면서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때 사용한 녹음기를 국정원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거짓”이라는 반박에 직면하자 정확히  확인하고 한 말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정보의 수집과 작성 배포가 국정원의 기본 임무이니 정상회담의 경우 녹음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당시 디지털녹음기를 준비했는데 우리가 갖고 들어가면 시비의 소지가 있어 (정상회담 배석자로 참석한) 조명균 당시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에게 녹음을 부탁해 조 비서관이 녹음한 뒤 우리에게 돌려줬다”고 밝혔다.

 

이에 김경수 본부장은 7일 “그 당시에도 국정원이 따로 녹음했(거나 요청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제 와서 그런 얘기를 처음한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도 “국정기록을 담당하는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실이 회담 배석자에게 녹음을 부탁하며 녹음기를 제공한 것으로, 불법을 덮으려는 거짓말이 자꾸 다른 거짓말을 낳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다시 국정원 대변인은 7일 밤 “(녹음기가 국정원 것이었다는 얘기는) 국정원의 공식입장이 아니라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설명한 것으로, 실무자에게 정확히 파악한 것은 아니다”라고 또 한 발 물러섰다.

 

입력 : 2013-07-10  09:40:35   노출 : 2013.07.11  13: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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